치협 정철민-황상윤 감사가 중도사퇴한 까닭은?

현금사용처 회계점검 비협조도 영향 … 이중적인 이사회 운영방식도 사퇴의 변서 지적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철민·황상윤 감사가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전격 사퇴했다. 지난 1월 장영준 수석부회장의 사퇴에 이은 최남섭 집행부 임원들의 두 번째 중도사퇴다.

그러나 감사들의 사퇴와 수석부회장 사퇴는 그 성격이 조금은 다르다. 지난 회장선거서 런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된 장영준 수석부회장의 사퇴는, 최남섭 회장의 독선과 오기회무에 대한 항의성 성격이 짙었다.

반면 정철민·황상윤 감사는 대의원들의 표결로 선출된 임원들이다. 협회장의 임명이나 런닝메이트로 당선된 임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감사들은 회원과 대의원들을 대신하여 집행부의 회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위임받았다. 따라서 감사 2인의 중도사퇴는 그 의미가 더욱 엄중하다고 할 수 있다.

대의원총회 자리서 중도사퇴한 감사들은 사퇴의 변에서 “치과계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집행부 내부의 불협화음은 심각한 상태”라며 “감사들은 작금의 엄중한 상황을 타계하고자 노력하였으나 능력부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사퇴배경을 설명했다.

감사들은 사퇴의 변에서 집행부의 7가지 잘못된 회무방식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 사례로는 ▲검찰조사로 몰고 간 미불금 대응방식 ▲대화와 소통 없는 회장단 회무방식 ▲당사자와 협의 없었던 일부임원 보직박탈 ▲위원회 결정사항이나 직전 이사회 의결사항을 일방적으로 뒤집는 독선적 회무행태 ▲회의만 있고 협의는 없는 이사회 ▲상호 비방만 하는 임원들 ▲감사들의 회계점검을 가로막는 방해 행위 등을 꼽았다.

이 중에서도 회계감사에 대한 비협조가 감사들의 결정적인 사퇴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남섭 회장의 현금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근거제시가 없다는 점이 감사들로 하여금 무기력증을 가중시켰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매달 현금으로 지출한 내용은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고 감사들에게조차 그 설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회무방식은 자칫 최남섭 회장 퇴임이후 또다시 논란거리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면 ‘최소한 감사에게만은 그 사용처를 설명해 달라’는 게 감사들의 요구였다. 그마저 묵살당하자 감사들은 중도사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감사들은 최남섭 회장에게도 당부의 의견을 밝혔다. 사퇴의 변에서 “언론 인터뷰서 대의원총회에 올라온 몇 가지 안건상정을 주도한 주동자를 색출하여 엄단하겠다는 협회장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색출이나 엄단은 협회장이 회원들에게 구사할 수 있는 단어선택으론 부적절한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협회장이 회원을 향해 주동자-색출-엄단이라는 살벌한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구사하는 제왕적 상황인식이 감사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유발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현금사용처에 대한 회계감사 문제로 촉발된 상호 갈등이 사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래는 정철민·황상윤 감사 사퇴의 변 전문


존경하는 대의원님들, 그리고 의장님, 부의장님

감사 정철민 입니다.

오늘 저와 황상윤 감사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기총회의 감사보고서를 마지막으로 우리 협회의 중요한 업무인 감사라는 직책을 내려놓으려 합니다.  2년전 총회에서 저희들을 감사로 선출해주신 대의원님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일시적인 생각이 아니라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라는 것을 믿어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지금 우리협회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도 그렇고 대내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대외적인 일들은 법, 정치권의 생각, 국민여론 등에 따라 우리의 바램 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내적으로는 우리의 잘못으로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너무 심한 상태입니다.  큰 변화가 없으면 점점 더 협회의 위상이 떨어질 것은 자명한 현실입니다. 

존경하는 대의원님들께서도 치과전문지를 통해서 많이들 아시는 내용일 것 입니다. 

결국 검찰조사를 유발시킨 작년 총회에서의 미불금에 대한 대응방식, 전혀 대화와 소통 없는 회장단, 당사자와 협의 없는 보직박탈 및 변경, 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무시하고 직전 이사회의 의결사항도 뒤집는 이사회, 또 회의만 있고 협의가 없는 이사회, 상호 비방만 하는 임원들, 외부유출방지라는 미명아래 감사들의 회계점검을 아주 어렵게 막는 점, 이 모든 것 들이 대화와 소통 없는 현재 협회의 회무방식입니다. 

저희 감사들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나름 노력하였으나, 능력이 부족한 관계로 대의원님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감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에 그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고자 하는 것 입니다.  그러나, 저희 감사들이 사퇴하는 것을 여러 가지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오로지 저희 감사들의 사퇴가 29대 집행부 마지막 회기에 전 임원의 단합과 소통으로 오직 회원을 위한 회무만을 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협회장께도 부탁 드립니다. 

얼마 전 모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총회에 올라온 몇 가지 안건에 관한 대화 중에 그 주동자를 색출하여 엄단하겠다는 발언을 하셨는데 이는 너무 심한 단어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색출하고 엄단해서 협회가 더 발전하겠습니까? 회원들이 좋아할까요? 앞으로는 그 모두 내 탓이니 더욱 분발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회원들을 안심시켜주는 아량을 보여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희 감사들의 사퇴가 서로 협력하고 대화하여 모든 일에 회원만을 위해서 대처하는 현명한 집행부로 변신하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소망만 하지 않고 꼭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2년전 저희들을 믿고 선출해주신 대의원님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감사규정에 따라 새로운 감사가 선출될 것 입니다. 그분들께도 무거운 짐을 맡기게 된 점에 대해서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부디 저희보다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 선출되어 회원들의 사랑을 받는 대한치과의사협회집행부가 되는데 일조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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