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협박·폭행 당한 경험
성별 관계없이 폭력에 노출 … “폭력 정도 점차 심해지는 추세”
의료인 폭력 방지법 제정 등 현실적 대책 마련되어야

환자나 환자보호자로부터의 폭언과 폭행, 협박 등에 치과의사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현실적 대처가 쉽지 않아 많은 치과의사들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최근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정책위원회가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의료기관 내 폭행, 협박에 관한 설문조사 및 분석보고서’를 내놨다.

대여치가 지난해 9월 21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 대구, 대전, 울산, 강원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 및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치과의사 921명(남성 636명, 여성 2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의료기관 내에서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폭행, 협박 등을 경험한 치과의사는 674명으로, 73.2%에 달했다. 치과의사 10명 중 7명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행, 협박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폭행 이유로는 진료결과에 대한 불만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직원이 불친절하다거나 진료비에 대한 불만, 대기시간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폭행, 폭언도 결코 적지 않았다. 심지어 이유 없이 당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 대여치의 설문조사는 치과의사들만을 대상으로 시행된 것이지만, 치과위생사를 비롯한 스탭들까지 포함한다면 폭행, 협박 피해 경험자 비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의 대처법도 고민이다.

A 원장은 “대부분의 환자들은 불만이 있을 경우 이성적으로 항의를 하고, 불만을 표현하는데 일부 환자들이 분노를 참지 못해 욕설을 퍼붓거나, 기물을 집어던지는 등의 행동을 보인다”며 “일이 더 커지거나 환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안 좋게 날까봐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망설여진다”고 토로했다.

대여치 설문조사 결과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지만, 참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다. 

또 다른 개원의는 “일부 환자나 보호자는 합의금 조로 금전적인 배상을 받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일도 있다고 들었다”며 “차라리 적극적인 신고와 대처가 피해를 줄이는 방법일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예방책과 현실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여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92.1%가 과거에 비해 폭력의 정도가 달라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답했고, 62.9%는 훨씬 심해졌다고 답했다. 폭력 정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의료인 폭행 가중 처벌법 제정과 같은 법적 안전망 설치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를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사망한 경우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버스나 택시기사에 대한 폭행이 급증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해, 운전자와 함께 차량의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의료인 역시 이러한 법을 제정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여치 정책위원회는 이번 보고서에서 “진료환경 내에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행, 협박의 피해를 입은 의료인 대부분이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의료인의 심리적 불안정은 다른 환자의 진료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 “폭력행위로 인한 피해는 의사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인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법의 제정이 매우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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