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지법 “의료법 개정전 설립된 의료기관 소급적용 무리”
서울행정법원 “지분여부 상관없이 운영 개입해야 이중개설”
잇단 판례로 기업형사무장치과 처벌근거 뿌리부터 흔들려

제주 첫 영리병원 개설 물꼬로 투자개방형 병원 확대 전망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정부 의료영리화 의지에도 우려감 확산
‘의료영리화 저지’ 위한 치과계 대책마련 노력 필요한 시점

헌재에 의료법 제33조 8항(1인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청구되어 치과계 안팎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최근 잇단 판례로 1인1개소법 적용에 있어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에 치과계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24일 의료법 33조 8항(일명 1인1개소법) 위반으로 건보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 환수처분을 받은 한 의료기관 명의원장에 대한 처분취소를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의료법 제33조 8항의 이중개설금지 위반 판결을 위해선 의료인이 그 의료기관의 시설, 인력 충원과 관리, 개설신고, 의료업 시행, 필요한 자금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 의료기관의 경영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근거가 요구된다”며 “동업한 선배 의사는 해당 의료기관 설립 당시 자금을 투자했을 뿐 병원을 지배·관리해 개설·운영한 사람은 명의원장으로 판단된다”고 판결의 사유를 밝혔다.

이는 지분투자 여부와 상관없이 지분을 보유한 의료인이 의료기관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했을 경우에만 이중개설로 볼 수 있다는 판례다.

그간 개정된 의료법 제33조 8항은 ‘어떤 경우에도’라는 단서조항으로 의료인이 다수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설하는 것도 이중개설금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왔다.

실제 법제처선 ‘어떤 경우에도’라는 법 조항을 사유로,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형태의 의료법인 또한 별도 의료기관을 소유한 의료인이 법인이사장에 취임하면 이중개설금지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만큼 ‘개설’ 조항에 대해 엄격한 법적용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판례로 인해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단순한 지분투자로는 이중개설금지 조항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이는 실제 일부 기업형사무장치과의 1인1개소법에 대한 방어논리이기도 하다. 이는 추후 새로운 형태의 사무장치과를 양산하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일례로 한 치과의사가 이와 같은 동업의 형태로 여러 치과에 지분을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하면서도 명의원장을 두어 운영은 맡기는 형식을 취할 경우,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 셈이다.

또 이에 앞서 의정부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동 의료기관에 대해 “의료법이 개정되기 이전에 설립된 만큼 이중개설금지 조항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공단의 요양급여비 지급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의료법 제33조 8항이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개정된 시점은 2012년 2월이다.

이 판례에 따르면 상당수 기업형사무장치과의 지점 중 대부분이 1인1개소법을 피할 수 있다.

실제 U치과만 해도 대부분의 지점들이 개정 이전에 설립됐다. 소급적용이 불가능해질 경우, 1인1개소법을 적용할 수 있는 국내 U치과 지점은 20여 곳밖에 남지 않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헌재의 위헌판결 결과와 상관없이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형사무장치과에 대한 처벌근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선 이 같은 판례들이 결국 정부의 의료영리화 기조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제주선 영리병원이 첫 물꼬를 텄다. 또 현재 박근혜 정부가 입법을 강행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통과되면 투자개방형 병원 확대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활성화법의 일환으로 내놓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는 물론, 교육, 철도, 문화 등의 공공서비스를 산업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의료법상 금지되어 있는 영리병원이나 환자 유인알선 금지 등이 산업발전을 위한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풀릴 수 있다. 이 경우 그간 기업형사무장치과를 제재해왔던 기존 명분들은 사실상 힘을 잃게 된다.

이처럼 갈수록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한 치과계의 구체적인 대책마련과 적극적인 움직임이 절실해지고 있다. 책임 있는 단체의 적극적인 투쟁 의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남섭 회장은 2년 전 치협 회장 후보시절 “감옥 갈 각오로 의료영리화 저지의 선봉에 서겠다”고 굳건한 의지를 절절히 내비친 바 있다. 지금 치과계는 그 굳은 각오가 너무도 아쉬운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저작권자 © 덴탈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