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없는 민원만으론 처벌 사실상 어려워

의료행위 자격은 의료인 스스로 지켜야할 권리
치협 등 유관단체 강력한 근절의지 절실한 때

지난해 치과 홍보동영상에 대놓고 위임진료를 하는 영상이 포함되어 논란이 일었다(해당 동영상 캡처장면). 이에 교정학회 윤리위원회와 서치가 고발조치에 나섰지만, 담당 보건소선 ‘증거불충분’으로 구두경고에 그쳤다. 치협 등 유관단체가 보건당국의 조치에만 의존하기보단 적극적으로 보건당국을 압박하고 현실적인 근절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 개원가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위임진료는 치과계 대표적인 적폐 중 하나다. 많은 치과의사들이 이를 근절하고자 노력해왔지만, 위임진료는 바퀴벌레처럼 사라지지 않고 치과계를 좀먹고 있다.

대표적인 위임진료로 간호조무사 등 무자격자의 스케일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도 옛말이다. 스탭에게 브라켓 장착, 레진치료, 프렙, 임플란트 세컨 서저리까지 맡기는 광경도 이젠 익숙한 풍경이 됐다. 최근엔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마취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근관치료까지도 위임진료의 범위에 포함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위임진료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위임진료와 관련된 갈등으로 치과를 나온 한 스탭은 “결국 이직을 선택했지만 다시 취업한다고 해도 위임진료를 하지 않는 치과로 갈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 더 안타깝다”며 “위임진료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업무로 인식하는 동료 스탭들도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하소연했다.

위임진료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지만, 치과위생사 구인난 등 현실적인 여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합리화하는 개원의도 적지 않다. 계속되는 불황 속에서 위임진료를 조금이라도 환자순환률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선택하는 치과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민원을 제기해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일선 보건소의 무성의한 일처리도 문제다. 환자의 신고나 내부고발과 같은 명백한 증거와 증인이 있는 경우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치과계 자정작용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고소고발에는 미온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지난해엔 한 개원의가 모 치과 홍보동영상 속에서 명백한 위임진료 정황을 발견해 교정학회 윤리위와 서치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지만, 담당 보건소가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구두경고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 사례도 발생했다. 지금까지도 많은 개원의를 허탈하게 만든 사건이다.

당시 민원을 진행한 관계자는 “해당 동영상 내용은 환자와 상담하는 내용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는 명백한 위임진료 현장임에도, 해당 치과의 ‘치과홍보를 위해 연출된 장면’이라는 소명이 받아들여졌다”며 “처리결과를 통보받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명백한 증거 없이는 처벌이 힘들고 구두로 경고하는 것만으로도 재발은 방지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받았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같은 여건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치과계 자정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분명 희망적인 일이다. 서치를 비롯해 각 지부별로 위임진료, 불법광고를 고소·고발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으며, 스탭들의 내부고발 또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치위협이나 간조협 등 각 스탭 직역단체도 회원들이 내부고발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자체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회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직역 대표단체로 보건당국과 이 사안을 협의해야 할 치협의 행보는 다소 아쉽다. 개원가의 자정노력과 보건당국의 조치에만 맡겨두기보단 강력한 자정의지를 내비치고 보건당국과 보다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위임진료를 근절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근본적으로는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각 직역단체, 또는 지부와 연계해 보다 현실적으로 위임진료 문제에 접근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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