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불신시대의 씁쓸한 단상

치료계획, 재료, 진료비 등 변경될까 녹음하는 환자 생겨나
진단 후 치료계획서 사본 요청 … 예상 진료비 기재 요구도 다반사

일반인들의 치과에 대한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냥 못 믿는 마음이었다면, 최근에는 이러한 불신이 행동으로 옮겨져 많은 치과의사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

A 실장은 상담을 앞두고 환자로부터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환자가 상담내용을 녹음하겠다며 휴대폰을 꺼내든 것.

그는 “환자가 지금 상담 내용과 추후 치료내용이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녹음을 한다고 말했을 때 정말 당황스러웠다”면서 “거절하기 어려워 그러라고는 했지만 상담하는 내내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 노심초사했다. 혹시 세파라치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결국은 치료비나 재료 같은 게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치과에 대한 불신이 큰 환자였다”고 전했다.

보험사 제출용이 아닌 치료를 마친 후 치료계획과 비교해 보기 위해 치료계획서 사본을 요청하는 환자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어떤 진료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재료를 사용할 것인지를 세세히 적고, 예상 진료비를 기재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 개원의는 “치과를 믿지 못하는 환자들이 그만큼 늘어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치료를 하는 도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거나, 또 치료과정에서 다른 문제점이 확인되는 등 치료계획이나 재료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적지 않다. 만약에 치료계획이나 예상 진료비 같은 걸 세세하게 문서화해서 전달했는데 변경된다면 환자와 분쟁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문서화해서 환자에게 주는 것은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환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치료계획이 갑자기 변경됐거나, 진료비나 재료 등이 치료과정 중 달라진 것을 치료가 다 끝난 후에야 알게 되는 등의 일을 겪어본 환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랜 개원 경력을 가진 B 원장은 “치료과정에서 치료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일부 치과서 환자에게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그냥 치료내용을 변경하거나, 상담 시 언급하지 않았던 치료를 진행해 환자들에게 불신감을 심어준 것이 문제”라면서 “일부 치과의 일이라고 해도 그것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다. 변경되는 부분인 있으면 치과의사가 직접 나서 자세히 설명하고, 환자에게 설명 후 동의를 받지 않은 치료는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컨설턴트는 “만약 환자가 상담내용을 녹음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고 하기 보다는 치과서도 함께 녹음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 좀 더 나은 대처법”이라면서 “상담과정에서도 치아나 잇몸 상태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치료계획서 와 같이 이같은 내용을 문서화할 경우도 임상적인 요인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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