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호칭 변화에 담긴 의미는?

존경과 무한신뢰 지나고 경영마인드 접목 넘어 비즈니스 개념 강조

환자들이 부르는 치과의사 호칭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어 왔다. 과거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대부분이었다. 선생님 안엔 존중과 신뢰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비록 비용은 지불하지만 ‘나의 건강을 돌보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었다.

또한 진료비보단 치료를 더 우선시할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이 내재해 있었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엔 어쩌면 ‘무한신뢰’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신뢰가 바탕이 되다보니 의료분쟁도 거의 없었다.

치과의사의 진단과 치료에 환자는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냈다. 또한 치과의사들 사이에서도 존중과 배려가 넘쳤다. 동료 치과의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원장님이라는 호칭은 개원의가 크게 늘어나면서 보편적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치과에 경영이라는 마인드가 접목되기 시작한 시점부터다. 또한 일반국민들의 덴탈IQ가 상승하면서 환자의 진료결정권이 강화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나아가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치과치료 정보 접근이 용이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으로 불리던 시절 환자로부터 받아 왔던 무한신뢰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 때이기도 했다. 지금도 치과의사 호칭으론 원장님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어 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아직은 극히 일부서 회자되고 있으나 최근 ‘사장님’이라는 호칭도 개원가서 심심치 않게 사용되고 있다. 사장님이라는 명칭엔 대다수 치과의사들이 거부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사장님이라고 불리면서 사업의 색채가 부각되고, 치과운영이 돈벌이 수단으로만 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선 진료에 대한 불신이 크게 증가한 영향이기도 하다. ‘돈을 위해선 과잉진료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의심이 내포되어 있는 호칭으로 볼 수도 있다. 이들은 인터넷서 치과정보를 확보하는 선을 넘어 직접 치과를 방문해 진료비 등 의료쇼핑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치과원장을 사장님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치과마케팅과 의료쇼핑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의료분쟁은 크게 늘어났다. 상당수 환자들이 조금만 이상해도 차트복사부터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러 곳의 주변치과를 방문해 기존 진료병원의 조그만 실수라도 찾아내려고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일부 치과의사들 스스로도 경쟁치과는 모두 사업적인 마인드로 무장된 사장님이라는 인식이 크게 늘었다. 그래서인지 동료 치과의사라는 믿음보단 경쟁 치과의사라는 불신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선생님으로 불리던 시기엔 다른 치과의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언급하는 게 금기시 되다시피 했다. 원장님으로 불리는 지금도 대다수 치과의사들은 자신의 치과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만 소신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주변치과 원장을 ‘사장님’으로 인식하는 일부 치과의사들은 동료 치과의사들에 대한 날선 견해를 숨기지 않는다.

최근 벌어지는 의료분쟁 케이스엔 동료 치과의사들이 던지는 가벼운 견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또한 홈페이지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부정적인 게시물의 상당수가 주변치과 소행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치과의사들 스스로가 서로를 선생님이 아닌 사장님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결국 선생님-원장님-사장님으로 변해가는 치과의사 호칭 변천사에 동네치과 위기가 그대로 녹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소 올드한 느낌이지만 환자로부터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던 과거로의 회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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