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는 평소 관계가 소원했던 태자 부소를 죽이고, 후궁의 소생이었던 서자 호해를 황제로 만든다. 호해를 황제로 옹립한 환관 조고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승상에 오르게 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진나라 황제가 된 호해는 정사보다는 가까운 측근들과 사치와 향락에만 빠져들었다.

호해는 나라를 운영하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진나라 조정은 결국 조고에 의해 장악되었다. 이후 자신이 직접 황제가 되고자했던 조고는 어느 날 자신의 힘을 시험해보기 위해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폐하를 위해 참으로 좋은 말을 바칩니다”라고 말한다.

조고의 말을 들은 황제 호해는 “승상이 착각한 것 같소, 사슴을 보고 왜 말이라고 하는 것이오”라며 바로잡는다. 그럼에도 조고는 굽히지 않고 “아닙니다, 저 것은 분명 말입니다”고 강하게 재차 말한다. 이에 호해는 신하들에게 “공들이 보기에는 저게 말이오, 사슴이오”라고 묻는다. 그러자 대부분 신하들은 조고가 무서워 “폐하, 말이옵니다”라고 거짓으로 대답했지만, 일부 소신 있는 중신들은 “폐하, 저것은 사슴입니다”라고 올바르게 대답했다.   

이를 지켜본 조고는 사슴이라고 사실대로 대답했던 신하들을 기억했다가 이후 누명을 씌워 모두 죽였으니, 이후 진나라 조정에는 감히 조고의 말을 거역하는 신하가 없었다.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의 유래다. 지록위마는 지난해 연말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발표되면서 익숙해진 고사이기도 하다.

지금 시점에 지록위마 고사를 꺼내는 이유는 치과계가 지록위마에 취해서 허우적거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전현직 회장의 갈등은 이미 도를 넘었고, 집행부 임원들조차 사분오열 갈라져 볼썽사나운 모습이 여기저기서 목도되고 있다.

정작 이 상황을 수습해야할 수장은 측근들의 감언이설만 끼고 돈다. 사람은 누구나 예쁜 것만 보고 좋은 말만 듣고싶어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조직의 수장이 됐을 때는 범인들과는 달리 좋은 것만 보고 들으려 해선 안된다.

전문의제 공청회 자리서 주무이사가 다수개방 기조발표에 나섰는데 ‘집행부 의견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게 지록위마가 아니고 무엇인가. 진나라 말기 조고의 서슬퍼런 위세에 눌려 어느 누구도 진언을 할 수 없는 상황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치과계 언론에 대한 일부 임직원들의 수장에 대한 과잉충성도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엔 수장의 사적인 문제에 대한 모 언론의 의혹제기에 임직원들이 대거 동원되어 수습에 나서면서 과유불급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언론에 대한 재갈물리기가 특정기자에 대한 출입금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시킨 것도 모자라, 최근엔 일부 기자들을 기자간담회서 배제시키기 위해 이미 잡혀 있던 일정을 당일 위장취소하는 ‘소동’마저 일으키게 되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 임직원들의 과잉충성은 결국 자신들이 모시는 수장에게 누가 되어 돌아올 게 자명하다. 이제는 언론에게마저 지록위마를 강요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다시 조고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조고가 전횡을 일삼으면서 진나라는 전국 각지에서 민란이 끊이질 않았으며 유방이 이끄는 군대가 함곡관을 넘어설 때까지도 황제에게 보고조차 되질 않았다.

결국 조고의 전횡과 황제 호해의 무능이 진나라를 패망으로 몰아갔다. 또한 조고는 호해마저 시해하고 태자 무소의 아들 자영을 꼭두각시 황제로 세우지만 결국 새로운 황제는 간신 조고를 죽이고 만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치협 수장의 임기는 고작 3년에 불과하며 그나마 임기 절반이 훅하고 지나갔다. 조고처럼 자신의 입신을 위해서 감언이설로 주군을 취하게 만드는 신하는 간신이자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게 뻔하다. 황제 호해 또한 지록위마에 취해서 사치와 향락으로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나라를 멸망으로 몰고 간 패주의 길을 걸었다.

치과계 수장은 지록위마를 반면교사 삼아 호해와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 시발점은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 편협함서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는 것부터다. 또한 조직의 수장은 누구도 적으로 돌려선 안 되는 유연함이 중요한 덕목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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