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마다 마스크 교체하니 사용량 급증

메르스로 개원가 경기가 완전히 얼어붙었다. 환자는 없고 고정비용만 나가는 상황. 예약은 줄줄이 취소되고, 신환은 끊긴지 오래다. 무엇보다 메르스 파동이 언제 진정될지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아예 치과를 쉬는 방안을 고민하는 치과가 적지 않다.

업계도 유탄을 맞았다. 주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영업사원의 방문 자체를 꺼리는 개원의들도 많다. 큰 업체들의 피해도 만만찮지만, 영세 업체들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반면 간만에 숨통을 튼 업체도 있다. 모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마스크, 손 세정기 등 감염관리 관련 업계 분위기만 다르다. 메르스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주문이 쏟아지고, 매출 증가폭은 가파르다.

특히 마스크와 글러브의 경우 팔고 싶어도 팔 물량이 없을 정도다. 기존 판매량을 고려해 채워뒀던 재고는 오래 전에 소진됐다. 메르스 발병 초기 급하게 공수해온 물량도 바닥이 보인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서,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역의 한 도매상은 “치과서 주문은 계속 들어오는데 내줄 물량이 없어 이를 급하게 구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급하게 수입업체에 오더를 넣어뒀지만, 시간이 더 걸려 이미 받아둔 주문도 소화하기 힘들 정도”라고 난감해했다.

또 다른 유통업체 대표는 “현지에 급하게 요청해둔 컨테이너 물량이 들어오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며 “갖고 있는 다른 제품군도 많지만, 지금은 딱 마스크만 나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엔 일반 쇼핑몰에 ‘덴탈마스크’ 카테고리도 생겼다. 사회 전체적인 마스크 품귀현상이 업계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불편한 방식으로 외면 받던 구식 마스크나 산업용 마스크까지도 불티나게 팔릴 정도다.
교차감염 방지용 비닐이나 손세정기도 마찬가지다. 플라즈마 멸균기, 수관관리시스템 등 고가의 장비에 대한 문의도 크게 늘었다.

이에 관련 제품을 다루지 않던 업체들도 제품 확보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어찌 됐든 지금 상황서 팔리는 제품은 이들 제품뿐이기 때문이다.

사실 마스크나 글러브는 치과서 루틴하게 사용해온 제품이다. 치과 내 재고도 상당했다. 메르스 공포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고 해도, 수입물량이 달릴 정도로 주문이 늘어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요즘 메르스 때문에 치과 방문을 꺼려 환자도 급감한 상태인데, 오히려 사용량은 급증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개원의는 “요즘의 마스크 품귀현상은 사실 치과계의 부끄러운 민낯”이라며 “이는 일회용 감염관리 제품을 그동안 원칙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이어 “관련 업계들이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물량이 얼마나 되겠냐. 대부분 치과서 받는 주문”이라면서, “감염관리에 대한 철저한 의식 없이 하루 내내 마스크 하나, 글러브 하나로 사용하던 개원의들이 이제 와서야 살겠다고 환자 한 명 볼 때마다 마스크와 글러브를 갈아치우니 공급물량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국의 연이은 어설픈 대처로 메르스 사태는 쉽게 진정될 기미가 안 보인다.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마스크 품귀’ 현상도 마찬가지다. 아니, 메르스가 진정된 이후에도 계속 마스크와 글러브가 ‘효자 제품’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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