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구매는 치과계선 주로 활용되는 구매방식이다. 특히 개원시 유니트체어, 진단장비 등을 한 업체서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소장비나 치료재료를 서비스로 받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패키지 구매에 대한 개원가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서비스 품목으로 받은 소장비나 치료재료들이 자주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치료재료 중에 불량제품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소장비가 문제다. 저가 제품이 대부분으로 불량률은 높고 고장이 잦다. 얼마 못 쓰고 다른 장비로 교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패키지로 묶어서 구매하면서 광중합기를 서비스로 받았는데, 얼마 쓰지도 못하고 버려야 했다”며 “광중합도 제대로 안 되고 걸핏하면 고장이 나 다른 정품 광중합기로 바꿨다”고 토로했다.

또 “잦은 고장으로 진료에 지장 받은 시간비용에 나중에 새로 산 광중합기 비용을 더하면, 패키지 구매시 받은 할인혜택과 큰 차이가 없다”며 “앞에서 남고 뒤로는 밑지는 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업체서 패키지를 꾸릴 땐, 각 제품들에 대해 실거래가보다 정식 판매가로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할인 폭을 자세히 따져보면 별도로 구매할 때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개원의도 “패키지로 받은 제품들을 다 소진하고 다른 업체와 새로 계약했는데 오히려 그 조건이 더 좋아 개원 당시 세팅했던 업체에게 속았다는 기분이 든 적이 있다”며 “제품도 말썽이고 A/S도 안 돼서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제대로 따져보고 제값주고 살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고 털어놨다.

또 잘 팔리는 제품보다 재고가 많은 제품을 끼워 넣는 꼼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 중국산 저가제품이 많이 풀리면서, 심하게는 서비스 품목을 염가의 제품으로 구색만 맞추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구매할 때는 각종 혜택을 많이 받는 것 같아도, 나중에 따져보면 이익이 대부분 상쇄된다. 법적 분쟁이나 업체와의 마찰로 이어지지 않고 치과서 유야무야 넘어가는 케이스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패키지 구매로 개원가가 얻는 실익이 사실상 거의 없는 셈이다.

이 같은 케이스들은 대개 구매시 서비스 품목을 ‘덤’ 개념으로 생각해 제대로 따져보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 ‘덤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환불을 요구하거나 따지지도 않는 개원의가 태반이다.

하지만 서비스로 주는 제품들도 따져보면 판매가에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과 다름없다. 업체들이 구매자들에게 ‘싸게 산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메인제품과 서비스제품으로 임의대로 나눠둔 것에 불과하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판매에 나서는 업체는 없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대부분의 업체선 마진폭을 적절히 조절해 자기들도 남기고 구매하는 치과의사도 혜택을 볼 수 있게 패키지를 꾸린다”고 전제하곤, “일부 양심 없는 업자들이 문제다. 미꾸라지들이 시장을 흐리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 같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구매시 조건이나 품질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서비스 품목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불필요한 손해나 번거로움을 막을 수 있다. 문제가 생기면 업체에 교환이나 반품을 당당하게 요구할 필요도 있다. 개원가의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