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직원 연봉협상의 딜레마

‘임금피크제’ 도입 고려할 만 … 주 40시간 등 근무시간 조절도 유용


연봉협상 시즌이다. 일선 개원가의 고민이 깊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 연봉협상을 바라보는 동네치과의 시선이 다르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치과경영 악화는 원장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개원가 연봉협상 스트레스 높아
치과는 대부분 개인사업자다. 따라서 치과규모에 상관없이 원장들이 직접 직원들과 연봉 재계약 협상을 펼친다. 경영지원 전담인력을 갖춘 대형치과도 연봉협상만큼은 원장들의 몫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원장들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특히 올해는 원장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어느 때보다 높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연차가 쌓이면 임금인상은 당연하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치과의 경영실적을 고려하는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보니 올해처럼 동네치과의 경영상황이 어려울 때는 연봉협상이 쉽지 않다.
연봉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H원장은 “올 치과경기가 최악이다 보니 직원들에게 조심스럽게 조건부 임금동결을 얘기했다가 직원들의 큰 반발을 샀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H원장은 또 “오랜 기간 동고동락하고, 치과경영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실장마저 매몰차게 나올 때 인간적인 서운함 마저 느꼈다”고 밝혔다.

이런 비슷한 광경이 개원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근 원장들 사이에서 ‘치과가 존폐위기에 몰렸어도 직원들의 임금인상은 당연한가’라는 의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일산의 K원장은 “사회전반의 불황으로 기업들은 감원·임금삭감 등으로 뒤숭숭한데, 치과만큼은 무풍지대를 넘어 오히려 직원들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솔직한 속내를 표출했다.

지나친 인상요구 ‘부메랑’ 될수도
이러한 분위기는 직원들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지나치게 임금인상에 집착하는 직원들의 연차는 3년에서 8년 정도로 이직율이 가장 높은 연차층이다.
반면 연차가 10년이 넘는 직원들은 오히려 수세적 입장이어서, 중견직원들의 과도한 연봉부담을 베테랑 직원들이 떠안을 수도 있다.
서울 강남의 L원장은 “무조건 오르는 임금에 동의할 순 없다”고 못박은 뒤 “최근 직원들의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로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비싼 경력직원 재계약을 포기하고, 차라리 신입직원 2명을 채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울러 “결과적으로 현재 치과경기에 관계없이 높은 임금을 요구하는 직원들도 머지않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임금인상 요구와 관련, 직원들의 잘못으로만 매도할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치과가 개인사업자다 보니 현실적으로 치과경영 지표를 직원들과 공유하기 힘들다.
치과경력 15년차로 들어가는 L실장은 “일부 치과위생사들이 급여를 올리기 위해 이직을 ‘무기’로 공격적인 연봉협상을 하는 사례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나 자신이 15년 가까이 치과에서 일을 했지만, 치과원장이 한해 경영실적을 솔직하게 직원들에게 설명했던 경험은 없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원장과 직원사이 ‘신뢰 부재’가 문제라는 논리다. 많은 직원들이 단순히 구두로만 ‘치과가 어렵다’는 얘기에 대해서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다양한 근무방식 도입할 필요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사고과 매뉴얼 마련이 중요하다. 원장이나 직원 모두 객관적인 자료도 없이 기분에 따라 협상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부 선도적인 치과에서는 공정한 인사고과 매뉴얼을 통해 연봉협상에 소진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도 고려할만한 제도다. 경험많은 베테랑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주고, 합리적인 임금수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장점이 많다.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는 서울의 N치과 관계자는 “적정한 ‘샐러리 갭’을 유지하기 위해 오래된 직원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는데, 임금피크제를 통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베테랑 직원들은 다소 임금이 감소해도 고용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업무 만족도가 높고, 젊은 직원들도 하나의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어 치과에 대한 애정이 높다”고 만족해했다.
근무시간 조정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미 직원이 20인을 넘는 사업장은 주 40시간 근무가 의무화 되어 있다.

또한 규모가 작은 동네치과도 2011년까지는 주 40시간 적용을 받게 된다.
따라서 근무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인건비 상승률을 억제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일부 대형치과에서는 근무시간 조정을 통해 인건비 상승 폭을 치과경영 상황에 맞게 컨트롤하고 있다.
‘주 40시간’ 적용치과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만족도 또한 높게 측정되었다. 개인 여가시간의 증대는 불필요한 피해의식을 상당부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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