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사라지면 발길 끊는 경우도 다반사
하루 내내 치료해도 손익계산 후엔 울상

많은 개원의들이 ‘헛심’만 들이고 있다.

하루 내내 치료에 매진해도 따져보면 실익이 크지 않은 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마진폭이 크지 않는 저가치료 위주의 환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최근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분명히 아침 일찍부터 예약이 가득 차 있어 저녁까지 허리 한 번 제대로 못 펴고 체어에만 붙어 있었는데, 진료시간이 끝나고 계산해보면 들인 노력이나 매출에 비해 실질적인 순익은 크지 않아 실망하는 날이 잦다”며 “아예 신환이 거의 없는 다른 동네치과들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경영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충치치료서 아말감 치료를 하는 치과로 환자가 몰리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환자 커뮤니티서 아말감 치료를 해주는 치과로 소문난 서초구의 한 동네치과선 몰려든 환자를 감당하느라 애를 먹었지만 정작 매출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아 허탈했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최근 신환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그리 달갑지 않다”며 “빠듯한 경제사정상 큰 치료비를 감당할 자신은 없지만, 미뤄뒀던 치아가 탈이나 어쩔 수 없이 치과를 찾은 환자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개 최대한 비용이 적게 드는 치료 위주로 선택하고, 고통이 사라지면 딱 내원을 끊는다”며 “이 같은 유형의 환자들은 고가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 치과 입장선 손품은 파는데 남는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저가 미끼치료로 큰 효과를 봤던 마케팅 방식도 이젠 옛말이 됐다. 스케일링 등 미끼치료만 저가로 받고 후속치료는 거절하는 환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강남의 한 치과 경영실장은 “급여화 전엔 무료 스케일링, 이후엔 미백치료나 검진을 무료로 해주는 방식으로 신환 유치에 꽤 재미를 봤었는데, 요즘은 그도 시원찮다”며 “오히려 미끼치료를 위해 들인 비용이 고스란히 경영부담으로 전가되어 아예 미끼치료 마케팅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환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기미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올해도 여전히 부정적인 전망이 개원가를 뒤덮고 있다.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근본적인 경제사정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개원가도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실제 다양한 상담법과 마케팅 방안을 고민하고 또 이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동네치과도 있다.

물론 똑 부러지는 정답은 없겠지만, 치과의 특색을 살리고 환자들의 부담을 어떤 방식으로 덜어줄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