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치과서 '치료 중 교차검증'

트집잡아 의료분쟁 빌미삼기도

소위 ‘메뚜기 환자’는 치료 전 여러 치과서 상담을 받으며 아이쇼핑하듯 진료 받을 치과를 고르는 환자를 일컫는다. 본지는 이로 인해 개원가서 피해를 입은 사례를 이미 한 차례 소개한 바 있다.(본지 221호)

상담에 힘을 빼고도 결국 치료로 이어지지 않아 허탈감을 느끼는가 하면, 진료를 받는 과정서 불만을 갖고 치과를 옮겨 다니다 복잡한 갈등양상으로 비화되는 등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들 메뚜기 환자의 행태가 더 나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치과를 선택한 후 진료를 받는 도중에도 의도적으로 타 치과서 동일한 치료에 대해 별도로 상담을 받으며 치료과정을 교차검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

문제는 이 같은 메뚜기 환자들의 행동이 의료분쟁으로 연결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례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기도의 한 원장은 “치료 도중 환자가 다른 치과서 받은 상담실장과의 상담내용을 근거로 불만을 제기했다”며 “아예 증거로 치료 전 또 다른 치과서 찍은 구강사진까지 들이밀어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또한 “환자의 증상에 대한 판단은 치과마다 다를 수 있고, 치료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라며 “치료가 실패한 것도 아니고 치료가 진행되는 과정에 이 같은 컴플레인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심각한 경우 아예 작정을 하고 각각의 치과서 받은 치료과정과 상담내용을 녹취한 후, 의료소송을 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수집한 자료는 법적 분쟁에 근거로 활용된다.

이 같은 메뚜기 환자가 동료 치과의사와의 갈등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무 것도 모르고 치과를 찾아온 환자를 상담했다가, 그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치과와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담과정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부분을 단정적으로 얘기한 것이 갈등의 불씨가 된 케이스다.

또 다른 원장은 “치료 마무리 과정서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미스로 작은 트러블이 생긴 것뿐인데 경쟁 치과서 악의적으로 이를 부풀려 합의금까지 물어줘야 했다”며 “직접 치료를 한 치과가 상담만 한 치과보다 더 잘 알 수 있지 않겠냐. 정확한 상황도 모르면서 다른 치과의 환자에게 치료받고 있는 치과에 대해 부정적인 소견을 늘어놓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문제의 핵심은 ‘환자와의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지적한다.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이 불만으로 이어지고, 치과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교차검증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지를 택한다는 것.

모든 환자를 직접 상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한 원로 치과의사 또한 “얼마나 치과를 믿지 못했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싶어 착잡하다”며 “국민들의 치과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그러면서도 “상담과정에서 꼼꼼히 설명하고 환자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 알아듣기 쉽게 풀어주려는 원장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치료 전 상담뿐만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환자가 불안해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정보를 알려주어야 이 같은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덴탈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