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불법사례 신고접수시 즉각 수사의뢰” 약속
해외직구나 치과의사간 의료기기 거래도 조사대상 경고
모르고 사용한 치과의사도 2천만원 벌금 등 형사처벌 우려

불법 치과재료 유통은 치과계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디펄핀, 고농도 미백제, 베릴륨 메탈은 대표적인 불법재료다. 얼마 전부턴 중국산 짝퉁과 복제품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원가선 이 같은 불법재료들을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역의 업체들이 입을 모아 “최근 매출감소의 주범은 불법유통”이라며 “정상적인 루트로 제품을 유통하는 업체의 피해가 계속 누적되면, 종국에는 시장질서는 완전히 망가져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불법유통 방식도 진화했다. 핸드캐리 등 전통적인 밀수수법에 더해, 해외 온라인쇼핑몰 직구매, 겉면 포장 교체, 허위 허가신고 등 신종 수법도 새롭게 뿌리내리고 있다. 국내 전시회에 참가한 일부 해외업체가 불법재료의 주요 밀수루트라는 것도 업계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디펄핀 사용이 금지된 지도 한참이 지났지만, 최근 모 지방선 수백에 달하는 물량이 풀렸다. 수납장에 여분의 디펄핀을 다수 보관하고 있는 동네치과도 많다.

불법 미백제도 여전하다. 판매되는 연마제 중 상당수가 불법미백에 사용되고 있다. 과산화수소수를 구하는 것도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식약처가 실태조사까지 나왔던 베릴륨 메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관련 업계선 아직 베릴륨 메탈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정을 아는 사람이 겉면은 논베릴륨 포장, 속 내용물은 베릴륨 메탈인 제품을 기공소서 찾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식약처의 도식적인 조사로는 이를 적발해내지 못했다. 되려 불법재료를 유통해도 현행 조사방식으로는 적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꼴이 됐다.

최근에는 해외 온라인쇼핑몰 직구매가 문제다. 직구매는 사실상 무허가 제품 구매나 다름없다. 그러나 많은 치과서 직구매된 제품이 사용된다. 해당 제품 수입업체에 당당하게 A/S를 요청하는 치과의사도 있을 정도다.

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행되고 있는 치과의사 간 치과재료 중고매매도 불법이다. 대부분 임플란트 픽스처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무자료로 거래된다. 엄밀히 따지면 모두 세금탈루다. 중고장비의 경우 매매시 제조업체 검사필증이 필요하다. 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모두 불법거래다.

국내 온라인쇼핑몰도 문제다. 몇몇 쇼핑몰서는 리도카인 등 약재가 판매되고 있다. 물론 이들 쇼핑몰은 의약품취급허가를 취득했다. 하지만 이 위험한 약재들이 일반인에게 판매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처럼 불법재료 유통이 범람하게 된 데는 정부와 유관단체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인허가 관련 규제도 원인 중 하나다. 현재 영세업체가 제품 하나를 수입해 판매하기까지 겪어야 할 고초는 상상 이상이다. 제조도 마찬가지다. 양심을 접고 편한 길로 눈을 돌리기 쉬운 구조다.

불법재료 유통은 이익이 크다. 걸리지만 않으면 쉽게 큰 돈을 벌 수 있다. 불법재료는 판매가도 낮을 수밖에 없다. 구매자인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낮은 가격은 무시할 수 없는 매리트다. 일부 업체들과 치과의사들이 유혹에 빠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유통업자나 불법재료를 사용하는 치과의사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치산협과 식약처가 불법유통 근절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치산협은 지난달 26일 간담회를 갖고 더 이상 불법재료 유통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전담팀을 꾸릴 계획도 갖고 있다. 그간의 소극적인 대처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 자리를 참관한 식약처 관계자도 이 같은 자정노력에 힘을 보탤 것을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업계 상황을 잘 아는 치산협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런 만큼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안일함이 발붙일 자리는 없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식약처 관계자도 “무허가 의료기기를 유통하거나 사용하면 의료기기법 26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치산협이 언제든지 관련 자료나 불법적인 유통 정황을 알려주면 즉각 수사의뢰해 재발하지 않도록 일벌백계하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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