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개원환경 악화로 ‘기러기 치과의사’ 늘어

수도권 비해 고정비용 적고 진료수가는 높아
가족은 서울에 두고 원장만 지방행 러시

수도권은 치과 포화상태다. 신규 치과가 들어설 자리가 바늘구멍보다 좁다. 장기불황에 그나마 젊은 치과의사들의 숨통을 틔어주던 페이닥터 일자리도 줄고 있다. 주춤했던 신규개원시장이 조금씩 활성화되고는 있지만, 젊은 치과의사들이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서 최근 ‘기러기 치과의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기러기 치과의사’란 가족은 서울에 두고 지방 군소도시에 내려가 홀로 소규모로 개원하고 있는 치과의사를 의미한다. 젊은 치의들이 활로를 모색하는 과정서 그간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지방의 ‘기러기 치과의사’들의 선전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것.

그간 지방개원은 지방치대 출신이 해당 지역서 개원하는 루트로 주로 활용됐다. 수도권에 연고를 두고 있는 치과의사들에겐 개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택하는 차선책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수도권 개원이 포화수준에 다다르고 개원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무엇보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용 지출이 적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매출이 적어도 네트확보는 유리하다. 개원입지에 따라선 수도권서 이웃 치과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네트를 가져가는 경우도 많다.

영남의 군소도시서 개원하고 있는 한 원장은 “서울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임대료나 인건비를 고려하면 한 달에 2~3천의 고정비용은 감수해야 한다”며 “지방 군소도시서 스탭 2~3명을 두고 홀로 개원하면 적게는 1천 이하로도 고정비를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쟁우위를 점하고자 첨단장비를 억지로 도입할 필요도, 마케팅에 큰 비용을 지출할 필요도 없다. 입소문만 한 번 잘 나면 매출에 대한 스트레스도 거의 없다”며 “다른 조건은 차치하고 네트로만 따지면 어지간한 서울 노른자위도 안 부럽다”고 귀띔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가족은 수도권에 두고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자녀의 해외유학으로 가족들을 일 년에 몇 번밖에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외로움과 싸우며 연고도 없는 외지서 홀로 생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또 다른 지방 개원의는 “연고도 없는 지방서 치과를 운영하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며 “혼자 밥을 해먹는 것 정도는 이제 쉬운 일이다. 한 달에 한두 번 겨우 얼굴 보는 자녀와의 서먹함을 삭이거나, 고민을 함께 터놓을 친구가 없어 우울함을 느낀 적도 많다”고 토로했다.

또한 “개원 초기엔 텃새를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다”며 “지방서 성공하려면 진료 테크닉에 대해 꼼꼼히 준비하고, 타지생활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단단히 마쳐야 버틸 수 있다”고 회고했다.

덧붙여 “요즘엔 지방도 수도권만큼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지방개원을 생각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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