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여전히 ‘다수개방 카드’ 만지작

한 차례 회오리가 몰아쳤다. 지난 주 치과계는 전문의제를 놓고 긴박하게 돌아갔다. 복지부의 ‘다수개방 입법예고’ 소문이 퍼지면서 치과계가 발칵 뒤집혔다. 사실 복지부가 독자적으로 전문의제 입법예고를 추진할 것이란 얘기는 어느 정도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치협 집행부는 지난 14일 오전 복지부를 긴급방문했다. 사전에 일정이 조율되지 않은 ‘깜짝 방문’이었다. 이 자리엔 최남섭 회장 등 집행부 회장단과 지부 임원들을 포함해 30여명이 함께 했다.

이날 집행부의 항의성 방문으로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튿날인 15일엔 ‘경과조치 인정’을 요구하는 일부 기수련자들의 집회가 열렸다. 

▲ 복지부의 전문의제 독자 입법예고 소문으로 치과계가 숨가쁘게 돌아갔다. 사진은 14일 치협집행부의 복지부 항의방문(왼쪽) 모습과 15일 경과조치 인정 요구 시위 모습.

이처럼 전문의제를 놓고 또다시 치과계가 갈등을 빚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집회가 열린 같은 날 이상훈 위원장(치과계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은 성명서를 내고 시위를 주도한 교정과동문연합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이 위원장은 치협을 향해서도 “대의원총회서 결정한 ‘소수정예’ 원칙을 반드시 사수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전문의제 갈등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당장 복지부의 독자적인 입법예고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무작정 전문의제가 이대로 흘러갈 가능성 또한 크지 않다. 복지부는 여전히 ‘다수개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또한 현재로선 복지부가 독자적 입법예고를 완전히 포기했다고도 볼 수 없다. 나아가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기수련자의 전문의 시험 응시기회 제한’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따라서는 다수개방안을 막아낼 명분이 사라진다. 치협 집행부도 ‘최소한 행정소송 결과까지는 현재의 틀을 흔들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복지부가 언제까지 기다려 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복지부 입장은 여전히 다수개방 쪽으로 무게가 실려 있다. 이달 초 치협에 보낸 공문에서 속내를 확인할 수 있다. 복지부가 치협에 보낸 공문엔 ‘경과조치 시행방안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다. 복지부 공문의 행간을 분석하면 경과조치 시행여부에 대한 협의가 아닌 구체적 시행방안을 조율해 달라는 의미가 읽혀진다.
결과적으로 현시점서 전문의제는 시한폭탄에 불과하다. 지금도 전문의제라는 시한폭탄의 초시계가 작동하고 있다. 한마디로 치과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지난 4월 대의원총회서 ‘소수정예’ 원칙은 재확인됐다. 이를 근거로 ‘소수정예가 치과계 합의사항’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기수련자들의 경과조치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자세도 옳지 않아 보인다. 다수개방에 찬성하는 사람들도 동료 치과의사들이다. 비록 다수개방 찬성론자들이 소수라고 해도 그들의 목소리도 들어줄 창구는 필요하다.

대의원총회 결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치과계 내부서 목소리를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의제를 놓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보니 복지부를 찾아가 시위를 열고 있는지도 모른다. 뾰족한 대안 찾기가 쉽지 않아도 치과계 내부서 토론하고 고민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경과조치 인정을 요구하는 단체들도 치과계 내부기구를 통해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 압박으로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은 큰 후유증을 동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도권내 전문의제 논의기구 마련은 복지부의 일방적 입법예고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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